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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새우 샌드위치 데이(Räkmackans Dag)’ – 북유럽의 미식과 유머가 만나는 날

by 리베원 2025. 5. 18.

 

스웨덴은 전통적인 명절뿐 아니라 독특하고 기발한 음식 중심의 기념일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날, 바로 스웨덴의 ‘새우 샌드위치 데이(Räkmackans Dag)’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웨덴의 ‘새우 샌드위치 데이(Räkmackans Dag)’ – 북유럽의 미식과 유머가 만나는 날
스웨덴의 ‘새우 샌드위치 데이(Räkmackans Dag)’ – 북유럽의 미식과 유머가 만나는 날

 


매년 10월 14일, 스웨덴 사람들은 부드러운 빵 위에 신선한 새우를 푸짐하게 얹은 새우 샌드위치를 즐기며 이 특별한 음식을 기념합니다.

이 날은 단순한 미식의 축제가 아니라, 언어유희, 스웨덴의 해산물 문화, 대중적인 음식사가 어우러진 상징적인 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스웨덴의 식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동시에, ‘먹는 것’으로 유쾌하게 하루를 기념하는 북유럽 특유의 정서를 엿볼 수 있는 날이기도 하지요.

이 글에서는 새우 샌드위치 데이의 유래와 새우 샌드위치가 스웨덴에서 갖는 의미, 그리고 현대적 소비 트렌드 속에서 이 날이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새우 샌드위치의 역사와 ‘운 좋은 인생’을 뜻하는 스웨덴식 유머

 

‘Räkmackans Dag’에서 ‘Räkmacka’는 스웨덴어로 ‘새우 샌드위치’를 의미하며, ‘Dag’는 ‘날’이라는 뜻입니다. 스웨덴에서는 단순한 빵 요리가 아닌, 새우, 삶은 달걀, 마요네즈, 상추, 레몬 조각 등이 얹힌 진한 풍미의 오픈 샌드위치를 뜻하죠. 이 음식은 ‘스모르가스보드(smörgåsbord)’ 문화의 대표 음식 중 하나로, 북유럽에서 특히 사랑받는 해산물 요리의 일종입니다.

하지만 이 음식이 단순히 ‘인기 많은 음식’으로서 하루를 갖게 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 기념일은 스웨덴어 속담에서 유래한 유머와 사회적 통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스웨덴에는 “Åka räkmacka” 혹은 “Glida in på en räkmacka”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새우 샌드위치를 타고 들어오다”인데, 그 의미는 운 좋게 손쉽게 무언가를 이루거나, 노력하지 않고도 혜택을 받는 상황을 뜻합니다.

즉, ‘새우 샌드위치’는 스웨덴어에서 ‘인생이 술술 풀리는 사람’이나 ‘특혜를 받은 사람’을 상징하는 재미있는 표현으로 사용되며, 음식과 관용어가 결합된 독특한 문화 요소인 셈입니다.

이러한 언어유희를 기반으로 1992년, 스웨덴의 예테보리 해양박물관(Sjöfartsmuseet)과 한 레스토랑이 함께 처음 ‘새우 샌드위치 데이’를 개최하였고, 이후 해마다 대중적인 관심을 끌며 전국으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음식 문화와 언어 문화가 접목된 사례로도 학문적, 상업적으로도 흥미로운 기념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새우 샌드위치,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

 

스웨덴에서 새우 샌드위치는 그저 간단한 점심 메뉴가 아닙니다. 전통적인 스모르가스토르타(샌드위치 케이크)나 피카 문화(간식 문화)의 일부로서, 새우 샌드위치는 축하, 환영, 감사의 의미가 담긴 음식입니다. 생일 파티, 환영식, 또는 회의 간식 등 다양한 상황에서 등장하며, 공식적이면서도 친근한 음식으로 인식됩니다.

특히 이 음식의 핵심 재료인 새우는 스웨덴 해안에서 풍부하게 잡히는 식재료로, 지역성과 신선함을 상징합니다. 대부분의 새우는 북해와 발트해에서 잡히며, 신선도를 중시하는 스웨덴인들에게는 갓 잡아 올린 새우를 먹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이자 자부심입니다. 새우 샌드위치의 인기는 이처럼 지역 자연환경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음식의 비주얼은 북유럽 특유의 ‘미니멀하면서도 풍요로운’ 미감을 담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오픈 샌드위치이지만, 상단에 쌓이는 새우의 양, 조화로운 색감, 레몬 슬라이스의 상큼함, 딜이나 파슬리의 고명까지 섬세한 균형과 배려가 담긴 요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스웨덴에서는 이 음식을 집에서 만드는 것보다 카페나 빵집, 혹은 백화점 식당에서 사 먹는 문화가 일반적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일이 새우를 까고 재료를 손질하는 과정이 귀찮기도 하거니와, 전문적으로 만든 새우 샌드위치가 훨씬 더 예쁘고 맛있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스웨덴인의 ‘시간을 아끼고 효율을 추구하는 식문화’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념일 이상의 즐거움 – 현대의 새우 샌드위치 데이 풍경

 

현대의 ‘새우 샌드위치 데이’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스웨덴의 유쾌한 유머감각과 대중문화가 결합된 미식 행사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SNS의 발달로 인해, 10월 14일이 다가오면 스웨덴 내 수많은 카페, 베이커리, 레스토랑이 자신들만의 특별한 새우 샌드위치를 선보이며 온라인 홍보를 활발히 펼칩니다.

일부 식당은 ‘왕새우 샌드위치’, ‘채식 새우 샌드위치(비건 대체 새우 사용)’, ‘작은 새우 버거’, ‘샌드위치 케이크 버전’ 등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비주얼과 맛, 재미를 모두 잡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또 다른 재미 요소로, 매년 최고의 새우 샌드위치를 뽑는 지역 대회나 미식 블로그 랭킹 등도 진행되어, 미식가들의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더불어, 기업들도 이 날을 마케팅 기회로 활용합니다. 항공사, 은행, 보험회사 등이 SNS나 뉴스레터를 통해 “오늘은 새우 샌드위치처럼 인생이 잘 풀리는 하루 되세요”와 같은 위트 있는 문구를 활용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입니다. 한마디로, ‘맛있는 콘텐츠’가 문화로 확장되는 사례인 것이죠.

또한 ‘Räkmackans Dag’는 스웨덴 내에서 외국인들에게 스웨덴어 관용어와 음식 문화를 동시에 소개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로도 활용됩니다. 학교나 언어 교육 기관에서는 이 날을 맞이해 간단한 새우 샌드위치를 만들어보는 수업을 하거나, 언어 속 의미와 음식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설명하면서 문화 이해도를 높이는 활동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새우 샌드위치 데이’는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스웨덴 특유의 위트와 실용성이 살아 있는 기념일로서 대중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Räkmackans Dag’는 음식과 유머, 그리고 삶의 태도가 절묘하게 결합된 축제입니다. 단순한 샌드위치 하나가 ‘운 좋은 인생’을 상징하고, 하나의 관용어로 대중적 통용되며, 동시에 그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창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날은 꽤 매력적입니다.

우리에게도 언젠가 “오늘은 새우 샌드위치처럼 잘 풀리는 날이네”라고 말할 수 있는 유쾌한 여유가 있다면, 삶은 조금 더 가벼워지고 유쾌해질지도 모릅니다.
올해 10월 14일, 여러분도 한 입 가득 새우 샌드위치를 먹으며 스웨덴식 긍정과 유머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